한국의 경제성장과 입법발전의 분석

Abstract

Ⅰ. 연구의 배경 및 목적 □ 과거 한국이 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했던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에 있어서 금융이 담당했던 역할을 ‘관치금융’ 혹은 ‘정책금융’으로 요약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동반관계를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음. 즉 정부가 정치적 및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개별 기업의 사활을 결정할 정도의 권한을 갖는 동시에, 기업은 이에 자발적으로 협조하면서 정부의 지원과 통제 속에 근면과 모험정신을 바탕으로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양자간의 확고한 동반관계가 바로 금융을 통하여 형성되었던 것임 □ 경제개발을 위한 자본적 기반이 극도로 제약된 조건 하에서, 최대한으로 자본을 동원하고 이를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활용하였던 과거의 개발경험은 오늘날 한국경제가 이룬 성과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음미해 볼 가치가 있을 것임. 특히 자본시장을 형성하고 육성하는데 있어서도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던 한국 자본시장 및 관련 법제의 발전과정은 오늘날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들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줄 것임 □ 이에 본 연구는 한국의 자본시장 형성 단계에서 자본시장을 규율하는 법제가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제도들이 마련되었으며, 자본시장육성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어떠한 수단을 통하여 달성하였는지를 상세히 살펴보고자 함. 물론 한국의 발전경로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단계와 자본시장의 발전단계에 따라 요구되는 자본시장법제의 典型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임. 이는 현재 발전도상에 있는 나라들로 하여금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참고하여 실질적으로 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적인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임

Ⅱ. 연구의 결과 □ 한국의 자본시장법제가 형성단계에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만한 시기는 증권시장이 처음으로 문을 연 1956년부터 전면적인 법 개정이 이루어진 1976년까지라고 할 수 있음. 이러한 한국 자본시장법제의 형성단계는 자본시장에 대한 정부의 전반적인 기조변화에 따라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질 수 있음. 제1기는 증시가 개장되고 최초로 「증권거래법」이 제정된 이래 증권파동을 맞아 그 원인에 대응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진 시기로서, 이른바 ‘자본시장 출범기’라고 부를 수 있음. 다음으로 제2기는 정부가 「자본시장육성에관한법률」과 「기업공개촉진법」 등 일련의 입법적 조치를 통하여 자본시장의 육성에 나선 시기로서 ‘자본시장 육성기’라고 할 수 있음. 마지막으로 제3기는 자본(증권)시장의 성장에 맞추어 ‘일반투자자의 보호 및 육성’을 위한 시책들이 추진된 시기임 □ 한국 자본시장법제의 형성기는 자본시장의 빠른 성장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제도적 미비 및 시장참여자의 미성숙으로 인하여 치명적인 실패를 경험한 시기이기도 함. 즉 1962년 1월 「증권거래법」의 제정 이후 주식시장의 거래량이 증가하고 주식발행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시장이 급성장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직후, 곧바로 1962년 5월에 증권파동이 일어나면서 증권시장은 장기침체에 빠지게 되고, 다시 증권시장을 회생시키기 위한 입법적 조치들이 취해진 시기임 □ 한국에서 금융은 오랫동안 정부의 규제와 영향권 하에서 제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치중하였음. 이는 경제개발 과정에서 협소한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술 및 자본재 수입에 필요한 외화를 획득하기 위하여 수출진흥에 치중하면서, 제조업을 더 중시하게 되었기 때문임. 따라서 한국의 자본시장은 수출지향적 발전경로를 선택한 경제시스템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음 □ 이 시기에 한국의 자본시장은 재무부의 전적인 관리 및 통제 하에 있었기 때문에, 자본시장이 안착하는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컨대, 증권파동과 같은) 난국에 대해 비교적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던 것임. 이러한 점에서 과거 개발연대의 다른 경제정책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자본시장에서도 역시 정부 주도의 개발정책이 그 장점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임

Ⅲ. 연구의 시사점 및 활용방안 □ 한국 자본시장법제의 형성 및 발전과정에서 도출한 시사점을 바탕으로, 오늘날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들이 자본시장법제를 설계하고 운용할 때에 참고할 만한 사항들을 쟁점별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음 □ 첫째, 형성단계에 있는 자본시장법제, 특히 경제개발이 진행 중인 개발도상국의 자본시장법제에서는 전통적인 거래법적 규율이라 할 수 있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보공시규제와 불공정거래규제 뿐 아니라 금융투자업 혹은 (금융투자상품의 범위를 증권으로 제한함을 전제로 할 경우) 증권업에 대한 산업법적 규제가 포함되는 것이 적절하며 한국의 경우도 이 경우에 해당함. 특히 증권회사, 증권거래소, 증권투자자, 상장회사 등 시장참여자들이 자본시장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여 시행착오를 겪거나 제도적 불비를 악용하여 부당하게 사익을 추구하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시장참여자들이 바람직한 시장행태를 익힐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상세한 행태적 규범이 법제화될 필요가 있을 것임 □ 둘째, 변동성과 위험성을 본질로 하는 자본시장의 특성상,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어 있지 않은 형성단계의 자본시장법제에서는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범위, 즉 자본시장법의 규율범위를 ‘증권’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임. 파생상품과 같이 복잡하고 위험이 큰 상품의 경우에는 이를 다룰 만한 물적?인적 기반의 조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 □ 셋째, 한국은 증시가 개장되고 최초의 「증권거래법」이 제정된지 얼마 안 되어 ‘증권파동’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큰 위기에 처한 바 있음. 이를 통하여 교훈을 얻은 한국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취한 조치는 증권업 내지 증권회사에 대한 규제를 정비한 것임. 즉 시장참여자들의 시장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고 시장행태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장참여자들에 의하여 악용될 소지가 다분히 높은 곳이 바로 증권회사나 증권거래소라는 것을 한국의 경험이 잘 보여준 것임 □ 넷째, 오늘날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로 각광을 받고 있는 영미식 모델의 자본시장법제에서는 사적집행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지만, 형성단계에 있는 개발도상국의 자본시장법제에게는 이러한 집행방식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임. 무엇보다도 사적집행을 담당할 사법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임. 따라서 자본시장법을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규제기관을 중심으로 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임 □ 마지막으로, 한국의 자본시장법제에 있어서 가장 성공적이었으면서 동시에 오늘날의 개발도상국에게도 큰 시사점을 주는 것은 바로 자본시장 육성정책, 즉 증시상장 촉진정책이라 할 수 있음. 기업의 공개를 유도하기 위한 소극적 지원 및 적극적 유도는 매우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