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
과거 우리나라의 국가적 경제 발전 과정에서, 정부는 자원배분에 직접 개입하여 왔다. 정부가 국가적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부문에 재원배분을 유도함으로써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려 한 것이다. 그러한 정부주도형 국가 발전 정책은 상당히 성공적이었고 따라서 정부주도형 국가 발전 정책에 의한 다양한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 모습들이 사회 모든 분야에 깊이 잔영으로 남아있다. 정책금융기관이라는 표현 자체에서 나오는, 금융기관이란 호칭은, 적어도 과거 상당히 우리나라가 정부주도형 국가 발전 모형을 취하였던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정부가 자금배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여 왔던 데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는데, 그것은 금융산업은 물론 별달리 내세울만한 산업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을 만큼 낙후된 상황하에서 국내외 저축자금 등의 산업자금화 과정을 통하여, 정부는 국가의 전략적 부분에 집중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고도성장 등의 정책 목표를 추구할 필요가 있었고 또 이로 인하여 적절히 목표를 성취하여 왔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정부의 자금배분 수단을 총칭한다고 말 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정책적 금융 수단을 의미하는 정책금융의 역할은 일정한 개발도상 단계까지는 나름대로 효율적이었다. 그로 인하여 정책금융기관의 업무분야와 역할이 줄어들지 않고 증대하여 여러 분야에서 민간금융부문과 겹치게 되는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에 도달한 경제규모를 갖는 국가에서는, 시장실패를 보정하기 위한 정부의 너무 구체적인 개입은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는 경제활동이 보다 상업화되어가고, 거래가 지속적으로 복잡해져감에 따라 위험구조(risk profile)가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정책금융기관들은 민간금융기관들에 비하여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적응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정책금융기관이나 여타 정부기관은 다양한 간접적 지원기능(협조융자, 신용보증 등)을 통해 개입하는 정도의 보완적인 금융지원방식을 택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하여야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발생하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정치적 등 기타 동기에서 발생하는 신용분배를 제한함으로써 신용분배의 효율성을 배가시킴으로써 이들 정책금융기관의 전문지식이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금융 기관들이 성공적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째, 은행의 존재 이유와 미션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어야 하고, 둘째 회계투명성이 보장되고 미션 수행 여부에 대한 지속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마지막으로 은행의 지배구조가 건전하게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전술한 관점에서 보자면, 향후 존속하게 될 정책금융의 범위에 대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부수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정책금융은 국민경제의 편익을 높이고 공익성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금융정보가 부족하거나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높아서 적절한 금융리스크의 평가가 어려워 민간금융이 뒷받침하기 곤란한 부문에 남아 있는 분야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정책금융 부문 중에서 공익성이 필수적인 분야가 아니고, 금융 위험도가 심각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민간부문이 관장할 수 있을만한 영역이라면, 민영화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향후 정책금융 분야는, 영세․중소기업 부문, 기술금융을 포함한 일부 국가적 사업 부문, 주택 부문을 포함한 인프라 정비, 농립어업 분야, 해외경제협력 등 분야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정책금융 부문을 민영화․시장화한 이후의 선진국 단계에 도달하게 되었다면, 국가가 공적자금 지원을 통하여 직접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상황은 통상적인 금융규제 체계에 비추어 보면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금융산업의 붕괴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경제시스템의 위기로 귀착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충실한 합의절차나 비용투입의 합리성보다는 적극적이고 신속한 개입을 통한 조기 수습이 최선의 대책이라는 것이 각국의 경험 그리고 1997년 IMF 경제위기 직후 우리나라나 최근 2008년 가을 미국이 보여주고 있다.
시장중심의 경제운용을 하는 국가일지라도 일시적인 과부하 상태에서의 민간금융 부문이 마비가 될 위험에 처하게 될 경우에는 시장 스스로가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과 국가재정의 부담을 지우더라도 금융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한 대원칙으로서 법의 지배(rule of law)를 제시할 수 있다. 가령 첫째 엄격한 기준에 따른 과감한 공적자금 투입, 둘째 철저한 책임추궁 및 자금의 회수, 셋째 회수불능 자금의 상환에 대한 공평 부담이란 기준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제1장 序 論 15
제2장 재정효율성과 정책금융 19
제3장 정책적 지원부문별 정책금융 제도 41
제4장 정책금융 개선과 외국법제 91
제5장 정책금융 제도 및 법제개선론 137
제6장 결 론 163